웹에서 느끼는 재미를 활자로 옮겨놓았을 때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모니터가 가지는 가독성의 한계상 독자들은 길고 무거운 문장을 싫어해요. 싸이월드에 올라오는 글에 달린 리플 중 "너무 길어서 내린 사람?" 이 절반을 차지하는 이유도여기에 있죠. 문단과 문단 사이는 더블엔터로 띄워줘야하고, 가급적이면 짧고 간결한 문장을 써야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요. 하지만 장점도 있어요. 문장은 간결해지고 문체는 감각적이죠. 이야기는 대화 중심으로 짜여지고, 말 줄임표와 엔터의 사용이 두드러져요. 이른 바, "스크롤을 내리는 맛"이 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거죠.

니나와 폴의 한국말레슨은 재미있는 연재물이었어요.
영어를 잘 쓰긴 하지만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니나가 백인(어느쪽인지는 생각이 안나네요)와 일본인 혼혈인 토종 미국인 남편을 만나, 함께 생활하고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일어나는 헤프닝을 통해 문화의 차이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의 어려움(한글을 가르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하지만)을 보여주는 글이었죠.

전공자가 한국인에게 올바른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일단 배우려는 의지가 그다지 굳건하지 않은 사람에게 (반쯤은 아내의 모국어를 알아보겠다는 갸륵한 마음과 반쯤은 그저 장난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닐거에요. 니나는 달콤한 신혼의 꿈과 더불어 덩치 큰 아이같이 귀여운 남편의 캐릭터를 잘 살려 알콩달콩 귀엽게 써내려갔죠.

하지만 그걸 활자로 옮겼을 때 문체가 가지고 있는 신선함은 약간의 경박함으로 바뀌고, 스크롤을 내리는 맛이 사라지자 대화들은 그 의미를 잃고 방황하더군요. 작가들이 몇번의 탈고를 거치는 것은 독자들이 문장과 문단, 심지어 어간사이의 작은 공간에서 의미를 읽어내기 때문이구나, 그걸 웹으로 옮겨놓으면 쉽게 지루해지는 것처럼 웹에서 즐겁게 읽었던 글도 활자로 옮겨놓으면 지루할 수 있구나...라는 간단한 사실을 느꼈달까요? 그래서 저는 일단 진지하게 읽어야 할 것 같은 글을 웹에서 발견하면 프린트해서 읽어요. 모니터로 읽었을 때보다 훨씬 더 편하게 이해할 수 있거든요.

물론 어떤 작가들의 글은 웹으로나 활자로나 똑같이 굉장해요. 뭐..그런 사람들은 괴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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